초코파이, 원조는 오리온이지만 상표권은 없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간식 ‘초코파이’의 진짜 원조는 오리온이다. 1974년 처음 출시되어 지금까지 50년 넘게 사랑받아온 초코파이는 오리온의 혁신과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정작 오리온은 ‘초코파이’라는 단어 자체의 상표권을 등록하지 않아 결정적 실수를 범했다. 이 틈을 노린 경쟁사 롯데는 ‘롯데 초코파이’라는 이름으로 상표권을 먼저 등록했다가 오리온과 소송전쟁을 벌이게 된다.
‘보통명사화’로 귀결된 법정 싸움
1997년 무렵부터 오리온은 뒤늦게 롯데 초코파이 상표 등록을 무효로 해 달라는 특허 심판과 소송을 시작했지만, 법원은 오리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법원은 ‘초코파이’라는 표현이 특정 한 회사만의 제품명을 넘어 빵과자 시장에서 보통명사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더 이상 특정 기업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명칭이라는 것이다. 이미 롯데, 크라운, 해태 등 다수 기업이 ‘초코파이’ 브랜드를 앞세워 제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은 ‘롯데 초코파이’와 ‘오리온 초코파이’를 각각 구분하는 상황이다.
뒤늦은 오리온의 공격적 마케팅
법적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오리온은 ‘초코파이’ 이름의 힘을 브랜드 파워로 체계적으로 전환하는 마케팅에 나선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감성 캠페인부터 ‘정(情)’을 강조하며 소비자의 기억과 감성을 붙들었다. 특히 빨간 포장지의 ‘정’ 글씨를 중심으로 ‘초코파이 하면 오리온’이라는 인식을 구축하며 시장 점유율 회복에 주력했다.
경쟁사들의 반격과 시장 다변화
한편, 롯데를 비롯해 해태, 크라운 등 경쟁사들도 ‘초코파이’를 모방한 유사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펼쳤다. 롯데는 일찌감치 ‘코코아파이’ 등 차별화 제품도 내놓았지만 기존 ‘롯데 초코파이’ 브랜드 역시 굳건했다. 이는 소비자에게 ‘초코파이’라는 단어 자체가 특정 회사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간식 종류로 인식됐기 때문이었다. 이후 시장은 초코파이 시장 외에도 다양한 파이류와 새로운 맛 경쟁이 이어지는 다변화 양상을 보인다.
‘초코파이’ 명칭의 국제적 뿌리
오리온 조사에 따르면 ‘초코파이’는 미국 남부 지역에서 1917년 탄생한 ‘문파이(Moon Pie)’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이다. 문파이는 노동자 간편식으로 만들어져 한국식 초코파이 제작에 실질적 모태가 되었다. 이런 국제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오리온이 법적 상표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다수 기업이 ‘초코파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초코파이, 그 이름의 보편성과 브랜드의 역설
초코파이의 이름은 이제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지만, 오리온은 여전히 ‘초코파이’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 이미지 유지에 성공했다. 다양한 경쟁 제품과 브랜드가 존재하지만, 여전히 소비자 마음속에서는 빨간 포장지에 ‘정’ 글씨가 진짜 초코파이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법적 분쟁은 끝났지만, 브랜드 마케팅과 소비자의 정서가 시장에서 더 강력한 승리자가 되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