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리는 처음부터 스타일리스트로 주목받았던 인물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 그는 ‘하은수’라는 이름으로 가요계에 도전했지만,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무대 위 가수로 빛나지는 못했지만, 그 경험이 결국 ‘패션과 무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가수로 실패했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음악을 준비하며 배웠던 무대 감각과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시선은 이후 스타일리스트로 나아가는 발판이 됐다.
김우리는 20대 초반부터 연예계 스타일링을 맡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핑클, 신화, 클론, 엄정화, 이정현 등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스타들의 무대 의상 뒤에는 그의 손길이 있었다.
“김우리와 작업하면 1위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스타일링은 곧 흥행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퍼졌다.
단순히 옷을 입히는 사람이 아니라, 무대 위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사람이었다.
스타일리스트로 탄탄한 경력을 쌓은 뒤, 김우리는 홈쇼핑 진행자로 새로운 길을 열었다.
남성 진행자가 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것 자체가 낯설었던 시절, 그는 편견을 깨고 당당히 무대에 섰다.
결과는 놀라웠다. 방송마다 ‘완판’을 기록하며 ‘홈쇼핑 최고 매출남’, ‘완판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20년 넘게 홈쇼핑 무대를 지켜온 그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2018년 직접 설립한 ‘김우리샵’은 불과 몇 년 만에 연 매출 100억 원을 기록하는 소셜 커머스 회사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론칭한 탈모 샴푸는 출시 직후 1억 원 매출을 달성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의 사업 철학은 단순하다.
아내와 두 딸이 직접 사용해보고 만족해야만 상품을 내놓는 것.
가족을 우선으로 하는 진심이 소비자들에게도 전해지며 꾸준한 신뢰를 쌓았다.
김우리는 최근까지 전세 85억 원 규모의 초고급 아파트에 살았고, 관리비만 월 수백만 원에 달했다.
하지만 자녀들이 모두 성인이 되자, 아내와 함께 “이젠 자신답게 살아보자”며 각자 거주 공간을 마련하는 특별한 ‘별거’를 시작했다.
부부 사이가 틀어져서가 아니라, 30년 결혼 생활 뒤 다시 ‘연애하는 친구 같은 사이’로 살아보기 위한 선택이었다.
가수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스타일리스트로, 홈쇼핑 진행자로, 사업가로 김우리는 누구보다 큰 성공을 거뒀다.
그의 삶은 하나의 도전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모든 사진 출처: 이미지 내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