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1년만에 처음 주연 맡았는데.. 얼굴 못생겼다고 욕먹은 배우


‘육룡이 나르샤’의 단단한 사극 연기부터 ‘블랙독’의 담백한 교사 캐릭터, ‘범죄도시’ 속 짧지만 강한 존재감까지,

그는 10년 넘게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묵묵히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그런 그가 데뷔 11년 만에 처음으로 KBS 주말드라마 남자 주인공 자리에 올랐다.

작품은 ‘효심이네 각자도생’. 주말 가족극, ‘국민 사위’ 타이틀이 걸린 자리였다.

첫 방송이 나가고, 시청자 반응은 엇갈렸다.

그런데 응원의 목소리보다 더 크게 들린 건 의외의 말들이었다.

“못생긴 놈이 주인공을 하네.”
“얼굴 보기 싫어서 TV를 껐다.”
“처음 보는데 무슨 남자 주인공이야?”

하준은 훗날 인터뷰에서 “방송 초반엔 일부러 반응을 안 봤다. 상처가 될까 봐”라고 털어놨다.

연기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외모가 주인공 자격 논란의 중심이 된 것.

배우로서 결코 유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었다.

까칠하고 차가운 재벌 3세 ‘강태호’가 효심(유이 분)을 만나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 그 속에 녹아든 하준 특유의 잔망과 애교가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못생긴 놈”이라던 댓글이 “볼매네”로 바뀌기 시작했다. 하준은 그 변화를 “다행”이라고 표현했다.

“배우는 글이 써진 대로, 연출가와 어떻게 맛있게 만들지 고민하면 된다. 다양한 의견이 있어도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했다.”

‘효심이네 각자도생’은 자체 최고 시청률 22%로 종영했다.

전통적으로 30% 이상을 기록하던 KBS 주말극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지만, 하준은 “진인사대천명”이라며 담담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뿐. 나머지는 배우 힘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다.”

극 중 태호는 1년간 잠적한 연인을 끝까지 기다리고, 결국 찾아간다.

실제 하준이라면 어떨까?

그는 “현실의 나도 찾아갈 것 같다. 가서 잘 살고 있으면 정리하고, 울컥하면 진심이라는 거니까 붙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촬영에서 그 대사를 하며 실제로 울컥했던 순간도 있었다고.

제작발표회에서 하준은 자신을 “못생긴 듣보잡 배우”라고 표현했다.

농담 같지만, 거기엔 10년 넘게 무명과 조연을 버텨온 자조와 유머가 섞여 있었다.

그는 외모보다 연기로 승부하겠다는 걸 증명해냈고, 이제는 ‘국민 사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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