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용녀는 누가 봐도 강한 인상의 소유자다.
서늘하고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여고괴담’, ‘곡성’, ‘아가씨’ 같은 영화에서 강렬한 조연으로 활약해왔다.
그런 이용녀의 잠재력을 먼저 알아본 이는 박찬욱 감독이다.
두 사람의 첫 인연은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
당시 이용녀는 박찬욱 감독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그저 돈이 급해 오디션을 봤다고 한다.
그마저도 어수룩하게 연기를 해 “다신 연락 안 올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작품 출연 제안이 왔고, 이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아가씨, 그리고 헤어질 결심까지… 박찬욱 감독은 그녀를 네 번이나 캐스팅했다.
박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용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무시무시하기도 하고, 소녀 같기도 한 얼굴.공존하기 힘든 면이 한 사람 안에 다 들어 있다.”
그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시나리오를 쓰면서부터 “이용녀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밝혔다.
제작진이 “이용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반대했지만, 박 감독은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며 고집했다.
이용녀는 평소 현장에서 조용한 편이다.
촬영이 끝나면 혼자 책을 읽고, 술자리는 피한다.
그런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박찬욱 감독은 오히려 그런 ‘거리감’ 속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발견해냈다.
두 사람은 사적으로는 친밀하지 않다.
차 한 잔도 마셔본 적이 없을 만큼 거리를 유지해왔지만, 그 사이에는 깊은 신뢰가 존재한다.
이용녀는 “살갑게 굴지 못하는 성격 탓”이라고 했고, 박 감독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재로 이용녀의 유기견 보호소가 전소됐을 때도 박찬욱 감독은 현장에서 뉴스를 접하고 곧장 안부 문자를 보냈다.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라는 말에 돌아온 답은
“네, 나온 아이들은 다 괜찮습니다.”
이용녀답다고, 박찬욱은 웃으며 말했다.
“자기 안부를 물었는데, 그분 머릿속에는 자기 자신이 없더라고요. 개들과 고양이부터 먼저 챙기는 분이라는 걸 다시 느꼈죠.”
이용녀는 늘 자신을 “표독스러워 보이지만 속은 비어 있는 사람”이라 표현한다.
엉뚱하고 허술한 자신을, 박 감독이 독특하게 봐준 덕분에 연기자로서의 ‘두 번째 인생’을 살게 됐다고도 했다.
“이제는 절 안 부르실 것 같아요. 근데 이미 너무 많이 받았어요.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이용녀는 여전히 현장을 지키고 있고,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 또 박찬욱 감독이 “한 번 더 불러줄까?”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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