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대한민국 광고계를 발칵 뒤집은 한 장면이 있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라는 동요가 흐르고, 도도한 분위기의 여성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침을 삼키자 굵은 목젖이 드러난다.
마지막엔 ‘쌔빨간 거짓말’이라는 문구와 함께 광고는 끝난다. 이 파격적인 도도화장품 CF의 주인공은 하리수였다.
광고는 전국적인 화제를 모았고, 그녀가 누구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도도화장품은 이 광고 하나로 2001년 한 해 동안 200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고, 하리수는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당당하게 트랜스젠더임을 밝히며 지상파에 등장한 그는 이후 각종 예능, 드라마, 가수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게 된다.
1집 ‘Temptation’으로 가수로 데뷔한 하리수는 특유의 무대 퍼포먼스로 주목받았지만, 방송 출연에는 제약도 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집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고, 국내뿐 아니라 중화권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으며 ‘한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전성기 시절, 하리수는 단순한 연예인이 아니었다. ‘시청률 보증 수표’로 불리며 방송을 휩쓸었고, 행사의 여왕으로 불릴 만큼 러브콜이 쏟아졌다.
한 방송에서는 “김건모와 같은 출연료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는데, 당시 행사비는 건당 약 3,500만 원. 하루 2~3개만 소화해도 1억 원이 넘는 수입이었다.
실제로 하리수는 “하루에 1억을 벌던 시절이 있었다”고 말했고, 당시 스케줄이 너무 바빠 “잠을 1시간도 못 자는 날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해외에서의 인기도 상당했다. 대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7년 동안 고정 출연했고, 루이비통 행사에는 가수 비와 함께 한국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비행기 마일리지를 쌓는 속도도 어마어마했고, 헬기 이동도 잦았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서울에 200평 넘는 주택과 여주에 1,000평이 넘는 땅을 마련했고, “앞으로 10년은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방송 출연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하리수의 활동은 여전하다.
2009년에는 트랜스젠더 아티스트들의 공연 공간이자 소수자들을 위한 커뮤니티 클럽을 직접 운영하며 또 다른 삶의 길을 열었다.
외설적인 이미지가 아닌,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고, 오픈 초반엔 하루 매출이 1,000만 원을 넘기기도 했다.
최근엔 가발 사업과 애견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반려견 12마리와 함께 지내는 그는 수익의 일부를 유기견 보호에 사용하겠다고 밝혔고, 이러한 움직임은 ‘연예인 그 이상의 하리수’를 보여준다.
과거엔 악플과 편견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그는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며 자신의 삶을 후회 없이 걸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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