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성동일은 오랜 무명 시절을 지나 지금은 누구나 아는 명품 조연으로 자리 잡았지만, 결혼과 가정에는 남다른 사연이 담겨 있다.
14살 연하 아내와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먼저 혼인신고부터 했다.
날짜는 성탄절. 전 세계가 기념하는 날을, 두 사람만의 결혼기념일로 삼은 것이다.
8년 동안 결혼식은 미뤄졌다. 성동일이 운영하던 식당이 어려워지며 결혼식을 올릴 비용 조차 마련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당시 결혼식보다 함께 사는 일이 더 중요하다며 기꺼이 결혼식 없는 동거를 받아들였고, 그렇게 아들과 딸을 낳아 함께 살아왔다.
“우리가 괜찮으면 됐지, 왜 남들 눈치를 봐야 하냐”는 말로 주변의 권유를 가볍게 넘긴 아내는, 어린 나이에도 성숙한 태도로 성동일의 곁을 지켰다.
성동일의 무명 시절은 꽤 길었다. 아파트 관리비를 내지 못해 전기와 수도가 끊길 정도였다.
성동일의 누나는 그에게
“예능이나 뭐라도 섭외 들어오면 해라”라고 조언을 건넸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자존심이 강했던 그는 “배우가 뭘 그런 걸 하냐”면서 거절했다.
철없는 인간아. 너희 집사람이 감자탕 집에서 설거지하는거 아니?
집에선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일상을 이어가던 아내가, 남몰래 빚을 감당하기 위해 나섰던 것이다.
당시 성동일의 아내는 아침 프로그램 방송을 출연했던 상태였기 때문에 남들이 알아볼까 봐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성동일은 큰 충격을 받았고, 그날 이후 생각을 바꾸게 된다.
“아무도 나를 배우로 보지 않는데, 나만 배우라고 믿는 건 의미가 없구나.”
그렇게 예능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성동일은 지금도 집에서는 자상한 남편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내는 그가 일할 때 방해가 될까 봐 촬영 중엔 전화 대신 문자로 소식을 전한다.
새벽 두세 시에 누가 오든 30분 안에 술상을 차려내는 손길도, 그의 고단한 하루를 말없이 응원하는 방식이다.
어머니 한 분 외엔 의지할 친척도 없는 성동일,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아내.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그래서 싸움은 곧 서로에게 손해라는 걸 너무 잘 알았고,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왔다.
성동일은 상을 받는 자리에서도 늘 아내를 먼저 떠올렸고, 그 고마움을 조용히 이야기해왔다.
“경희야, 고맙다.”
모든 사진 출처: 이미지 내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