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적은 본명 이동준.
많은 이들이 음악으로 먼저 기억하지만, 알고 보면 집안 배경부터 남다르다.
이적은 3남 중 차남(둘째)으로, 본인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형 이동훈은 건축학과를 나와 건축가이자 이화여대 교수로 활동했다.
동생 이동윤은 인류학과 출신으로 현재 MBC에서 드라마 PD로 일하고 있다.
아버지는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어머니 박혜란 작가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출신으로 대학원까지 마친 후,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전공했다.
그냥 ‘공부 잘했던 집안’ 정도가 아니라, 부모와 자녀 전원이 서울대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놀라움을 자아낸다.
그런데 이 집안 이야기가 더 특별하게 들리는 건, 그 결과보다 과정을 보면 그렇다.
이적은 여러 방송에서 어머니의 교육 방식을 꾸준히 이야기해왔다.
“어머니가 공부하란 말을 절대 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어릴 적 “내가 공부 잘하면 뭐 해줄 거야?”라고 물으면 돌아온 대답은 늘 같았다.
“네가 잘하면 너한테 좋은 거지. 내가 좋겠니?”
대신 어머니는 늘 자신의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39살에 다시 대학원에 들어가 여성학을 공부했고, 공부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강한 자극이 됐다.
이적은 “엄마 옆에 있고 싶어서 옆에서 책을 봤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어머니가 강조했던 건 ‘수업 시간 집중’이었다.
“따로 시간 내서 공부하지 말고, 수업 시간에 선생님 눈을 똑바로 보라”고 했다.
선생님은 자신을 바라보는 학생을 중심으로 수업하게 되므로, 그 자체가 일대일 과외처럼 된다는 것이었다.
어머니 박혜란 작가는 이후 이런 철학을 담아 여러 권의 책을 썼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엄마공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등은 지금도 많은 부모들 사이에서 ‘현실적인 교육서’로 회자된다.
이적은 고등학생 시절, 음악을 하고 싶다며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도 있다. 그때 부모님은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에선 대학은 나와야 한다.”
대신 대학 이후에는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다고 했다. 결국 이적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음악 커리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익숙하다.
패닉, 긱스, 카니발, 그리고 솔로 활동까지. ‘달팽이’, ‘왼손잡이’, ‘거위의 꿈’, ‘하늘을 달리다’ 등 수많은 곡들이 대중의 마음에 남아 있다.
직접 작사·작곡·편곡을 모두 소화하며 언어와 음악을 넘나드는 감각을 보여줬다.
어릴 적 피아노 건반을 종이에 그려 베토벤을 흉내 냈던 소년은, 어머니의 공부 책상 옆에서 혼자 글을 읽던 소년은, 지금도 무대와 책상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예술가로 살아가고 있다.
가르치지 않았지만 길을 찾게 해준 집.서울대 삼형제를 만든 비결은, 알고 보면 단 하나였다.
‘네 인생은 네 것’이라는 한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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