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가질 수 없는 너’는 원래 뱅크의 데뷔곡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곡은 있었지만 부를 가수가 없었다.
앨범 녹음과 편곡까지 마친 상태에서 보컬 트레이닝을 받던 가수가 해외로 갑자기 떠나버렸기 때문.
결국 곡을 만든 정시로가 직접 무대에 올랐다. 그렇게 얼떨결에 가수가 됐고, 그 노래는 시대의 명곡이 됐다.
당시 ‘가질 수 없는 너’는 발표되자마자 큰 사랑을 받았고, 후속곡 ‘가을의 전설’, ‘이젠 널 인정하려 해’까지 연달아 히트했다.
그럼에도 방송에서 그의 얼굴을 보는 건 쉽지 않았다.
스스로를 “가수라기보단 노래를 조금 부를 줄 아는 작곡가”라고 정의한다. 무대보다는 작업실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져 보였지만, 음악 작업은 멈춘 적이 없었다. 늘 곡을 쓰고, 음반을 만들고, 공연을 준비했다.
텔레비전 출연은 피했다. 무대보다는 작업실이 더 익숙했다. 요즘은 파주 헤이리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일하며 유튜브를 병행하고 있다.
작년, 유희열의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놀라운 장면이 있었다. 노래방 애창곡 순위에서 ‘가질 수 없는 너’가 8위를 차지한 것. 추억 속에 머물 줄 알았던 노래가 여전히 젊은 세대에게 불리고 있었다.
가수 현빈이 이 노래를 부르며 드라마 OST로 사용됐을 때, 차트 1위를 무려 8주간 유지했다.
당시 “내가 부른 것보다 더 주목받았다”며 웃었지만, 덕분에 저작권료는 그야말로 최고치에 달했다.
“노래 완성은 얼굴인가”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고, 실제로 그때 받은 저작권료만으로도 꽤 오랫동안 생활이 가능했다.
그 이후로도 수많은 드라마와 예능에서 ‘가질 수 없는 너’가 배경음악으로 쓰이며 수익이 꾸준히 이어졌다.
요즘도 “저작권으로 먹고사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직접 말하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화려하진 않아도, 음악만 하며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지금은 새로운 앨범을 준비 중이다. 발매 시기가 계획보다 3~4개월 밀렸지만, 곡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다.
뱅크라는 이름처럼 음악으로 감동을 남기고 싶다고 말한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조용히 일하는 방식이 익숙하다.
앞으로도 방송보다는 작업실에 머무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대신, 꾸준히 음악을 만들고 누군가에게 닿는 노래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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