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이경심은 청춘 드라마와 광고계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특히 1992년부터 방송된 KBS2 드라마 “내일은 사랑”에서는 국문과 여대생 김미리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병헌, 고소영, 박소현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했던 캠퍼스 드라마의 인기는 대단했고, 이경심은 ‘원조 혜리’, ‘책받침 여신’으로 불리며 전성기를 누렸다.
광고계에서도 그녀의 존재감은 단연 눈에 띄었다.
코카콜라, 오리온, 롯데제과, 농심, SK텔레콤 등 내로라하는 브랜드의 CF에 출연하며, 100편이 넘는 광고를 소화했다.
농심의 전속 모델로 활동하며 ‘너구리’부터 ‘양파링’, ‘새우깡’까지 CF로만 보면 국민과자에 그녀의 얼굴이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정점에서 갑작스레 연예계에서 모습을 감췄다.
당시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활동을 중단하게 됐고, 이후 2005년 프로골퍼 김창민과 결혼했다.
결혼과 출산, 사업 등으로 삶의 무게가 달라졌고, 20억 가까운 손해를 본 사업 실패도 겪었다.
연예계 활동을 쉬며 “편하기도 했지만, 세상과 부딪치며 배운 게 많다”고 그는 말했다.
이경심은 오랜 시간 치매를 앓았던 어머니를 직접 간병했다.
12년간 어머니를 곁에서 모시며 병수발을 해온 그 시간은 쉽지 않은 날들이었다.
눕는 법조차 잊어버렸던 어머니, 치매의 잔혹함을 매일 목격해야 했던 날들.
2024년 1월, 어머니는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직도 어머니의 방을 정리하지 못한 채, 그 빈자리와 싸우며 살아가고 있다.
그 시절, 어머니는 어린 딸의 연예계 활동을 누구보다 응원하며 매니저를 자처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반대를 설득해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이경심은 그런 어머니의 믿음과 힘으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16년의 공백 끝에, 그는 다시 연기자로 돌아왔다.
2014년 KBS2 “힐러”에서 지창욱의 엄마 역으로 특별 출연했고, 2015년 tvN 드라마 “울지 않는 새”로 본격 복귀했다.
이어 연극 무대에도 올랐다. “여보, 나도 할 말 있어”를 통해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했고, 관객과 호흡하며 연기의 재미를 다시 느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제는 50대 초반이 된 배우.
“예전엔 발랄한 캐릭터만 했지만, 이제는 삶의 결이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아픈 사랑이 있잖아요. 그런 걸 표현해보고 싶어요.”
연기에 대한 갈망과 열정은 예전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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