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90년대 안방극장을 웃기고 울리던 배우 최주봉.
그는 드라마 왕룽일가 속 ‘쿠웨이트 박’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며 서민적인 얼굴과 구수한 연기로 사랑받았다.
특유의 억양과 재치 있는 연기 덕분에 광고계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졌고, 단숨에 국민 배우 반열에 올랐다.
이후에도 연극, 드라마, 영화 무대를 오가며 꾸준히 활동했고, 서울시립뮤지컬단 단장을 맡아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그런 최주봉에게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바로 ‘배우 최규환의 아버지’.
최규환은 어린 시절부터 카메라와 무대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늘 부담이었다.
학교에서조차 친구들은 “너 최주봉 아들이지?”라는 말로 시작했고, 그때마다 그는 “네 아버지를 이름만으로 부르면 기분이 좋겠냐”고 대답하며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의 직업을 부정하거나 숨기고 싶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그는 무대 위에서 변신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연기를 꿈꾸게 됐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본 아버지의 연극 뜨거운 바다 속 한 장면은 지금도 잊지 못하는 기억이라고 한다.
“관객석에서 노래를 부르며 무대로 걸어 들어오는 아버지의 모습이 어린 마음에도 전율로 다가왔다”는 그의 고백은, 연기자의 길이 단순한 선택이 아닌 ‘운명’처럼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2000년 영화 돌아갈 귀로 데뷔한 그는 토지, 아이리스, 후아유: 학교 2015, 영화 강철비, 수상한 그녀 등 다양한 작품에서 얼굴을 알렸다.
특히 토지에서 맡았던 악역은 그를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킨 배역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아버지의 성대모사를 요청받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최주봉 아들”이라는 수식어로 그를 불렀다.
이에 그는 기적의 오디션 무대에서 눈물을 보이며 말했다.
“이 무대를 마지막으로 제발 ‘아버지 연기 해보라’는 말은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제 연기로만 인정받고 싶다.”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저는 누구의 아들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누구의 아버지’로 불리고 싶다.”
최규환은 방송에서 “얼마 전 아버지가 처음으로 술자리를 함께하며 ‘몸 조심하고 대기만성형 배우가 되라’고 조언해주셨다. 가슴이 뭉클했다”고 털어놓았다.
어린 시절 무대 뒤에서 보던 아버지가 이제는 같은 길을 걷는 자신에게 건넨 격려. 그것은 무엇보다 값진 유산이었다.
최주봉은 여전히 무대와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고, 최규환은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아버지의 후광을 넘어선 배우로 자리 잡기 위한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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