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 깊이 상처를 남기는 사랑을 겪는다.
하지만 그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생의 무게가 달라진다.
배우 황석정의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황석정은 서울대학교 국악과에서 피리를 전공한, 흔치 않은 이력을 가진 배우다.
원래는 음악인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지만 연극의 매력에 빠져 무대를 선택했다.
뒤늦게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시 입학해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며 배우로서의 길을 열었다.
이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황해, 드라마 미생 등에서 강렬한 연기로 ‘신스틸러’로 자리매김했다.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준 털털한 모습은 그녀를 더 친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 뒤에는 남모를 아픔이 있었다.
20대 시절, 황석정에게도 사랑은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랑은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끝났다.
남자친구가 “나야, 연극이야?”라며 연극을 그만두라고 했을 때, 그녀는 순순히 사랑을 택했다.
6개월이나 연극 무대에서 물러나 있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돌아온 건 따뜻한 믿음이 아니었다. 오히려 바람이었다.
어느 날 양복을 차려입고 나타난 남자친구는 “친구 결혼식에 갔다 왔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그게 바로 본인의 결혼식이었다.
충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황석정이 돌봐주던 여자 후배와도 남자친구는 몰래 외도중이었다.
사랑과 인간관계 모두에게 배신당한 그 순간, 그녀는 실어증을 앓을 정도로 무너졌다.
“숨이 막혀 식칼을 가슴에 대고 잤다”는 고백은 당시 겪었던 절망의 깊이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녀는 무너지지 않았다. 연극 무대에 다시 올라섰고, 카메라 앞에 당당히 섰다.
스스로를 “상처 덩어리”라고 부르면서도, 그 상처를 연기로 녹여내며 관객과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금도 그녀는 솔직하다.
결혼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연애 역시 오래전 끊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방식보다는 스스로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삶을 택한 것이다.
대신 운동을 시작해 50대에 머슬퀸 대회까지 도전하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황석정의 길은 ‘남자가 있어야 완전하다’는 통념을 거부한다.
그녀는 자신을 책임지고, 가족을 부양하며, 연기와 삶을 동시에 버텨온 강한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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