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중국에서 방영된 한 초코파이 광고 속 장면.
자전거를 타고 다정히 웃던 장동건 옆에 교복 차림의 풋풋한 여고생이 있었다.
단발머리에 앳된 얼굴, 맑은 눈빛을 가진 그 소녀는 훗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게 될 소녀시대 유리(본명 권유리)였다.
당시 광고는 국내에서 공개되지 않았지만, 온라인에 영상이 퍼지면서 “장동건 옆 단발머리 소녀, 누구냐”는 궁금증을 낳았다.
네티즌들은 “순수한 분위기가 딱 고등학생 같다”, “지금 모습과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단 한 편의 CF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은 순간이었다.
2007년, 권유리는 소녀시대 멤버로 정식 데뷔했다.
팀은 ‘다시 만난 세계’, ‘Gee’, ‘소원을 말해봐’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K팝 2세대를 대표하는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무대 위에서의 유리는 청순한 이미지와 건강미 넘치는 매력으로 주목을 받았고, 예능에서는 털털한 성격으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이돌 이미지를 넘어 ‘연기자 권유리’로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드라마 패션왕, 동네의 영웅, 보쌈-운명을 훔치다, 굿잡 등 다양한 작품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점차 연기자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21년 MBC 드라마 보쌈에서는 사대부 집 규수에서 첩으로 전락하는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영화 침범에서는 파격적인 변신으로 관객을 놀라게 했다.
체중을 늘리고, 주근깨 분장까지 감행하며 기존의 아이돌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몰입감 있는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를 떨쳐내기 시작했다.
이어 2024년에는 영화 돌핀에서 첫 단독 주연을 맡았다.
지방 소도시 신문사 기자 ‘나영’ 역을 맡아, 일상의 소소한 순간과 내면의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이 작품은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벤쿠버아시아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작품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지금의 권유리는 단순히 아이돌 출신 스타가 아니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감독들로부터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연기자로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모든 사진 출처: 이미지 내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