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노래 무단으로 패러디했다가 소송당해서 법정 공방 벌인 가수


2000년대 초반, 가요계에 한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했다.

바로 ‘음치 가수’로 불리며 패러디 앨범으로 웃음을 주던 이재수.

그는 당대 인기곡들을 해학적으로 비틀어 내놓으며 주목을 받았는데, 그중 가장 화제가 된 곡이 서태지의 명곡 〈Come Back Home〉을 패러디한 〈컴배콤〉이었다.

휴지를 들고 변기에 앉아 노래하는 장면, 입에 반창고를 붙이고 몸부림치는 장면….

파격적인 연출은 웃음을 자아냈지만 동시에 원작을 지나치게 희화화했다는 논란을 불렀다.

서태지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자신의 곡을 원작자의 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판매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서태지의 입장은 명확했다.

“패러디 자체는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원작자의 허락 없이 앨범으로 내고 돈을 버는 건 다르다.”

실제로 그는 이전에도 정치 풍자, 안티 퍼포먼스 등 여러 패러디를 쿨하게 넘긴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 ‘패러디 문화’가 아닌 저작권과 동일성 유지권의 문제였던 것.

법원 역시 이를 인정하며 이재수 1집은 결국 판매 금지 처분을 받았다.

언론은 이 사건을 두고 “문화 대통령이 힘없는 패러디 가수를 짓눌렀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표현의 자유’냐 ‘저작권 침해’냐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다.

일부는 미국의 패러디 스타 위어드 알 얀코빅을 떠올리며 “한국도 관용의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얀코빅은 모든 패러디곡을 제작할 때 반드시 원작자의 허락을 받았고, 그것이 오랜 시간 존중받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반면 이재수의 경우는 허락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앨범을 발매한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 논쟁은 본질에서 빗나가 있었다.

김창환

그러나 이 사건은 단순히 두 사람의 다툼이 아니었다.

이재수가 속했던 소속사 우퍼엔터테인먼트(대표 김창환)가 뒤에 있었고, 저작권 협회의 ‘사후 승인제’라는 허점도 개입돼 있었다.

서태지는 훗날 이재수가 기획사의 희생양이 된 것 같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소송이 끝난 후에도 그에게 “앞으로 좋은 음악 많이 해달라”는 격려를 남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사건은 단순 소송으로 끝나지 않았다. 서태지는 이 일을 계기로 저작권 협회와도 정면 충돌했다.

협회가 원작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후 승인’을 내주는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며 협회를 탈퇴했고, 10년 넘게 소송을 이어갔다.

결국 2013년 대법원은 서태지의 손을 들어주며 협회가 수억 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고, 긴 법적 싸움은 2014년 화해 권고로 마무리됐다.

이재수와 서태지의 ‘컴배콤 소송’은 한국 가요계에서 패러디의 한계와 저작권 의식을 새삼 일깨운 계기가 됐다.

단순히 ‘쪼잔하다, 억눌린 표현의 자유’로 치부하기엔, 원작자의 권리와 산업적 구조가 얽힌 복잡한 문제였다.

이재수는 그 사건 이후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지금은 밴드 활동과 방송 출연으로 다시 무대를 이어가고 있다.

2010년대 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재수가 서태지에게 큰절을 올리며 “그때 받은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고백한 것이 화제가되기도 했다.

서태지는 이재수에게 “앞으로는 패러디가 아닌 좋은 창작 음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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