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기가 딸리더라고..” 윤여정이 연기력으로 열등감 느꼈던 유일한 배우


수십 년간 무대와 브라운관을 오간 윤여정은 많은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그중에도 잊히지 않는 후배가 있다. 바로 양동근이다.

윤여정이 처음 양동근을 만난 건 SBS 개국 1주년 드라마 〈관촌수필〉 촬영장에서였다. 당시 그는 초등학교 6학년.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예산과 대천에서, 고무신을 신고 뛰어다니며 시대극을 소화해야 했다.

윤여정은 “그 나이에 저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특히 ‘몸종 누나’와 이별하는 장면에서, 웃고 있는 얼굴에 눈물이 흐르는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윤여정은 그날 이후 “될성부른 나무”라는 확신을 품었다.

몇 년 후,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촬영장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마주했다.

성인이 된 양동근이 다가와 “어머니, 저 양동근입니다. 기억나십니까?”라고 묻자, 윤여정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나 너 기억한다.”

그는 단순히 ‘아역 출신 배우’가 아니었다. 윤여정이 그때 봤던 감각과 몰입력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오히려 더 깊어져 있었다.

양동근은 대본에 갇히지 않고, 대사 너머의 인물을 살아 숨 쉬게 했다.

그 연기를 보며 윤여정은 “젊은 배우들 중 쟤는 정말 되겠다”는 확신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윤여정은 인터뷰에서 종종 “연기를 잘한다는 건, 연기로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기준에 꼭 맞는 배우로 양동근을 꼽았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 그가 보여준 물오른 연기는, ‘작가가 써준 대본을 읽는 배우’가 아니라 ‘그 인물 자체’로 보이게 만들었다.

윤여정에게 양동근은, 어린 시절부터 이미 준비가 돼 있었던 배우이자,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자신만의 빛을 내는 연기자다.

그래서일까. 그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도 진심이 묻어난다.

“될성부른 나무는 어릴 때부터 알아본다. 동근이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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