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연기 보고 팬이 된 지적장애인과 손잡고 놀이공원간 유명배우


2020년 방영된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오정세는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문상태 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연기를 본 누군가가 있었다. 첼리스트 배범준 씨.

지적장애를 가진 그는 드라마 속 상태 형에게 깊이 공감했고, “상태 형을 만나고 싶다”, “상태 형이랑 롯데월드 가고 싶다”는 말을 수시로 되뇌었다.

배범준 씨의 여동생 배지수 씨는 조심스레 이 마음을 오정세 소속사에 전달했고, 오정세는 “만나겠다”고 흔쾌히 약속했다.

연예인이 팬을 만나는 일, 그 자체도 쉽지 않지만 이 만남은 특별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2020년 7월, 약속했던 날 오정세는 문상태 캐릭터의 복장과 말투, 행동까지 준비해 배범준 씨를 만나러 갔다.

그는 단순히 ‘오정세’로 나타난 게 아니라, 배범준 씨가 사랑한 ‘상태 형’ 그 자체로 나타났다.

말투도 걸음걸이도, 시선도 극 중 문상태의 모습 그대로였다.

“오빠의 눈높이에 친구처럼 다가와 주셨다”는 배지수 씨의 말처럼, 오정세는 철저히 상대의 세계에 맞춰 들어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롯데월드에서 열기구, 모노레일, 정글보트, 범버카 등 다양한 놀이기구를 함께 타고 손을 꼭 잡은 채 긴 시간을 보냈다.

한 순간도 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누구보다 자연스럽고 따뜻했다.

그 만남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다시 만나자는 약속은 미뤄졌고, 오정세는 2021년 백상예술대상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 시즌이 시작된다면, 범준아 놀이공원 다시 가자.”

그리고 그 말은 진짜 약속이 되었다.

2023년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자마자 오정세는 다시 배범준 씨와 놀이공원에서 만났다.

이번에도 그는 여느 형처럼 손을 잡고, 줄을 서고, 화장실까지 함께 다니며 온전히 그 하루를 범준 씨와 함께했다.

그날의 모습을 여동생 배지수 씨는 이렇게 전했다.

“형은 약속을 지켰고, 범준이는 형을 지켜줬어요.”

놀이공원에서 찍힌 사진 속, 두 사람은 여느 친구처럼 손을 꼭 잡고 걸었다.

범준 씨는 “무서운 거 싫어하는 나보다 형이 더 싫어했다”고 말하며 웃었고, 여동생은 “매 순간 놀라울 정도로 따뜻하고 다정했다”고 전했다.

사실 그는 깔끔함에 예민한 성향이 있었지만, 그날은 “괜찮다”고 말하며 오히려 오정세를 배려했다고 한다.

오정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고 싶은 작품이라면 단역도, 지나가는 행인도 괜찮다.”

작품이든 사람이든, 마주한 것에 진심으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번 이야기는 그저 ‘좋은 사람’의 미담이 아니라, 한 배우가 어떤 자세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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