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기에도 위압적인 체격, 민머리에 수염 가득한 얼굴. 누군가는 영화 속 헐크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외양 뒤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천천히 마시고, 벽돌같이 두툼한 손으로 먼저 인사를 건네는 따뜻한 사람이 있다.
단역 배우 금광산의 이야기다.
1995년 고등학교 졸업 후, 그는 오랜 시간 생계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해왔다.
공사장, 철거 현장, 기름 배달, 파라솔 대여, 수행원까지. 타이틀은 달랐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몸으로 버텨야 하는 일’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축구선수로 활약했지만 고3 때 부상을 입으며 운동선수의 길은 접어야 했다.
그의 본명은 김명호. 예명 ‘금광산’은 본인의 본관인 ‘광산 김씨’에서 따와 지었다.
사람들 기억에 오래 남길 바라는 마음과 동시에,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한 다짐이었다.
그저 꿈이었다. 한때는 아놀드 슈왈제네거나 실베스터 스탤론 같은 액션 스타를 동경했고, 미국에서 근육질 배우로 데뷔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너무도 현실적이었다.
그렇게 20여 년이 흘렀고, 인생의 전환점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서울의 와인가게에서 만난 아내는 금광산의 오랜 꿈을 알아주었다.
“망설이지 말고 지금 도전하라”는 말에 그는 기꺼이 일하던 삶을 정리하고, 서울에서 배우로서 새 출발을 시작했다.
처음엔 엑스트라였다. 하루 10시간 촬영을 해도 수당은 5만 원 남짓. 하지만 그는 꾸준히 프로필을 돌리고, 오디션을 보며 기회를 만들었다.
처음 400장을 뿌리며 시작했던 노력은 영화 <아수라>, <범죄도시>, <조선마술사> 등을 통해 점차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강한 외형 덕분에 ‘사채업자 부하’, ‘건달’, ‘레슬링 선수’ 같은 거친 이미지의 역할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는 그 안에서도 연기와 표정, 감정선까지 다듬으며 조금씩 자신의 폭을 넓혀갔다.
금광산은 ‘유명한 배우’보다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단역에서 조연으로, 언젠가는 누군가의 연기에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배우로.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연기 레슨을 받고, 미국 드라마를 보며 영어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목표는 뚜렷하다.
“5년 안에 단역이라도 좋으니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실제로 그의 휴대폰 배경에는 LA의 할리우드 사인이 걸려 있다.
그는 배우이자 격투기 선수이기도 하다.
생활복싱 대회에서 우승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닉네임 ‘드웨인조선’으로 활약하며 새로운 무대를 넓히고 있다.
배우 마동석과의 인연으로 <범죄도시> 이후 여러 작품에서 함께했으며, 드웨인 존슨처럼 근육질 액션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는 꿈도 품고 있다.
금광산의 길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겉보기에는 우락부락하지만, 실제로는 웃는 얼굴이 더 익숙한 사람.
대사를 외우며 밤새도록 촬영장에 있는 삶을 ‘행복하다’고 말하는 배우. 그런 그가 오늘도 차분히 다음 계단을 향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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