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 당시, 황정민은 무대 위에서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60여 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저는 그냥 숟가락만 얹었을 뿐입니다.
사람들에게 저는 그냥 배우 나부랭이입니다.
저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죄송합니다.”
황정민은 주변 사람들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 감사를 행동으로도 증명해 왔다.
수상소감 이후, 황정민은 한 금융사의 CF에 출연하게 됐다.
흥미로운 건, 광고 제작사 측이 바로 그 수상소감 장면을 광고에 삽입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그의 말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던 셈이다.
광고료 일부인 3000만 원.
황정민은 이 돈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영화 스태프들을 위해 선뜻 내놓았다.
소속사를 통해 그는 이렇게 전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분들의 노력이 없다면 어떤 영화도 완성되지 못합니다. 제 마음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1년 개봉한 영화 <인질>. 이 작품에서 황정민은 놀라운 선택을 했다. 바로 출연료 자진 삭감.
당시 “이 작품이 신인을 발굴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며, 제작 여건이 부족한 신인 감독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전했다. 상업적 계산보다, 기회의 사다리를 고민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캐스팅 디렉터 역할까지 자청했다.
연극무대에서 오랜 시간 실력을 갈고닦은 배우들을 하나하나 추천하고,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직접 무대까지 찾아가 배우들을 발굴했다.
좋은 영화는 좋은 사람이 만든다는 말. 이 경우엔 감독도, 배우도, 그리고 분위기를 만든 사람도 모두 포함된 얘기였다.
황정민의 또 다른 별명은 ‘의리남’이다. 영화 <히말라야> 촬영 중이던 어느 날, <국제시장>이 대박을 쳤다. 이를 계기로 그는 <히말라야> 팀 전체에 회식을 쐈다.
촬영지였던 강원도 영월에서 가장 비싼 고깃집을 빌려 200여 명을 초대했고, 가족까지 데려오라고 권유했다.
결국 실제로 배우 김원해는 온 가족을 대동했고, 회식비는 무려 1,200만 원에 달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들은 황정민의 아내가 깜짝 놀랐다는 뒷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후배들과 동료에 대한 애정은 깊었다.
황정민은 영화 <신세계> 출연 당시에도 출연료를 낮췄다. 이유는 간단했다. 의리.
제작자 한재덕 대표는 과거 <부당거래>에서 함께 작업했던 사이였다. 그가 새로 설립한 제작사의 창립작이 <신세계>였고, 황정민은 “이럴 때 도와줘야지, 무슨 출연료 타령이냐”며 흔쾌히 금액을 조정했다고 한다.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 스타성과 흥행력 모두를 갖춘 배우가 더없이 사람 냄새 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작은 이야기 하나.
2021년, 황정민의 스타일리스트가 생일 다음 날 SNS에 글을 올렸다. 황정민이 보낸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42잔 쿠폰 때문이었다.
메시지는 단순했다.
“생일 축하해, 여름내내 먹어 ㅋㅋㅋ”
숫자 42는 스타일리스트의 나이. 그의 취향, 그의 여름, 그의 생일을 생각하며 보낸 선물. 그렇게 주위 사람들을 하나하나 챙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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