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과 전쟁>이나 <아내의 유혹>을 떠올리면 단번에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따귀를 날리고, 물을 끼얹고, 억척스럽게 며느리를 몰아세우던 ‘국민 시어머니’. 바로 배우 서권순이다.
이경규와의 가상 상견례에서
“이러니 애가 가정교육을 못 받았지. 어디서 굴러먹던 집안인지..”
멘트로 이경규를 한방에 제압해버린 에피소드는 아직도 회자될만큼 표독 연기의 대가로 기억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실제 서권순은 아들이 아닌 딸만 둘 있는 장모님이다.
그리고 그 딸들에게 한 번도 언성을 높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딸들의 부부 싸움이 있어도 절대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작은 다툼에도 개입하지 않고, 대신 사위들에게는 사랑한다고 말해주며 다정하게 지낸다고 했다.
누가 봐도 드라마 속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악역 이미지로 오래 활동하다 보면, 실제 성격까지 오해받는 일이 많다.
사석에서조차 사람들이 자신을 무서워하고,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고. 본인은 오히려 부드럽고 상냥한 성격인데 말이다.
악역 연기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게 따귀신이다.
따귀 장면을 수도 없이 찍어봤지만, 여전히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몸이 아픈 장서희에게 실제로 따귀를 날렸던 장면이라고.
NG 없이 ‘한 방에’ 가야 얼굴이 덜 아프니, 조심스럽게 타이밍을 맞췄지만 상대가 주저앉는 걸 보며 참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드라마 속 이미지와 실제가 너무 달라 ‘진짜 성격이 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는 서권순.
연기할 때는 시청자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게 하려는 책임감을 갖고 연기한다고 말했다.
그저 자극적인 역할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집에서는 전혀 다르다.
사실은 애교도 많고, 사위들과도 친구처럼 지내는 서권순. 두 딸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며,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따뜻한 어머니다.
드라마에서 시어머니 역을 수십 번 넘게 맡아온 서권순.
그래서 누군가는 ‘아들은 없어 다행’이라는 농담도 하곤 한다. 실제로는 조용한 평화주의자에, 다정한 장모님.
그리고 손주 셋을 돌보며 살림도 소홀히 하지 않은 어엿한 어머니이자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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