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이 아내를 만났을 때,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하지만 그 후 우연히 다시 만난 자리에서, 말이 너무 잘 통했다.
결혼 생각이 없던 사람이 ‘이 여자랑 결혼해야겠다’는 직감이 들 정도였다고.
그날 함께 있던 후배조차 그녀에게 반했던 분위기. 이적은 불안했다.
‘놓치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아서’ 술에 취한 상태로 전화를 걸어 고백을 했다.
“사귀어줄 수 있으세요?”
문제는 다음날. 전날의 기억이 지워졌다.
그런데 탁자 위에 ‘고백했고, 오케이 받음’이라는 메모가 놓여 있었다.
아찔할 뻔했던 상황을 한 줄의 메모가 붙잡아준 셈이다.
이후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사랑을 키워갔고, 연애 4년 차에 아내가 박사 과정을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났다.
멀어졌지만 마음은 더 애틋해졌다. 결국 유학 중에 결혼을 결정했고, 이적은 그 감정을 고스란히 곡 하나로 남겼다.
이적의 대표곡 ‘다행이다’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적은 미국 유학 중인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이 노래를 들려줬고, “어때?”라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단 한마디.
“좋네.”
너무 덤덤해서 당황했지만, 사실 그녀는 늘 그런 사람이었다. 무심한 듯, 깊은 사람.
결혼식 당일, 이적은 다시 한 번 이 노래를 불렀다.
“오늘을 위해 만든 곡입니다.”
노래를 부르다 울컥한 그는 아내의 눈빛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회상한다.
마스카라가 나비처럼 퍼지던 순간.
그 짧은 눈맞춤은 평생을 함께하자는 약속처럼 또렷했다.
그래서 이적은 말한다.
“제 노래 중에 리메이크를 허락한 곡도 많지만, ‘다행이다’만큼은 제 이름으로만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이 노래는 개인적인 이야기고, 단 한 사람을 위한 기록이다.
이적은 ‘다행이다’를 단순히 히트곡 이상으로 여긴다.
이 노래는 단지 팬들에게 사랑받은 곡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드러낸 순간의 기억이기 때문이다.
결혼식장에서 축가로 부른 것도 이 노래였고, 이후에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다행이다’는 음악을 빌려 이적이 아내에게 건넨, 둘만의 사랑에 담긴 하나의 기록이다.
모든 사진 출처: 이미지 내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