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감뿐이다..” 10년 애정쏟은 고향 청도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개그맨의 고백


한적한 시골 마을에 ‘짜장면 철가방’이 등장했다.

웃음을 배달하겠다는 발상 하나로, 전유성은 청도를 대한민국 유일의 ‘개그 1번지’로 만들었다.

2011년 문을 연 철가방 극장은 그 상징이었다.

배달통 모양의 극장 건물, 청도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웃던 무대, 개그 지망생을 키우는 작은 훈련소이자 무대.

일상에 녹아든 웃음은, 그 자체로 지역의 정체성이 되었다.

전유성은 단순히 무대만 꾸민 것이 아니었다. 이름 없는 개그맨들에게 기회를 주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무대를 기획하며, 공연장을 단지 볼거리로 만들지 않았다.

청도에서의 개그는 삶의 일부였고, 철가방 극장은 웃음의 집합소이자 지역 공동체의 심장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마을 주민들과 삼삼오오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은,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 그가 떠났다. 2018년, 철가방 극장은 공연을 멈췄고, 이듬해 청도군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축제 예산 문제, 사전 협의 없는 기획사 교체, “보고해야 하느냐”는 군청 관계자의 말.

전유성은 모욕감을 느꼈고, 결국 마음을 접었다.

“청도? 이제 청바지 입기도 싫다”는 말은, 그가 받은 상처의 깊이를 보여준다.

그는 무대 위 개그맨이자, 무대 뒤 기획자였고, 마을 어르신들에겐 친구였다.

외부 인프라 하나 없이 시작한 프로젝트에서, 전유성은 후배들을 설득하고, 기업 후원을 유치하고, 전국에 청도의 이름을 알렸다.

‘개나소나 콘서트’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음악회로, 전국에서 관람객과 강아지를 불러모았다.

반려동물을 동반한 야외 콘서트는 파격이었고, ‘웃찾사’팀이 비를 맞으며 무대에 서는 열정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심지어 황소가 등장하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웃음은 유쾌했지만, 그 안에는 연습과 땀, 지역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 진심은, 단 한마디로 외면당했다.

지역 문화가 행정의 논리로 치환되면서, 기획자는 통보받는 입장이 되었고, 전유성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청도군은 뒤늦게 세 번이나 남원까지 찾아가 전유성을 설득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개나소나 콘서트’라는 이름도 더는 쓸 수 없게 되었고, ‘철가방 극장’은 리모델링을 앞두고 외형 철거를 준비 중이다.

청도군은 대체 행사로 ‘반려동물 콘서트’를 예고하고 있다. 이름만 남고, 정신은 사라졌다.

황금알을 낳던 거위에게 칼을 들이댄 건 누구였을까. 10년 넘게 지역을 살리고, 문화로 공동체를 만든 사람을 밀어낸 결과는 뼈아팠다.

이제는 사람도, 상징도, 마음도 모두 떠났다. ‘웃음을 배달하겠다’던 철가방이 닫힌 자리엔, 쓸쓸한 풍경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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