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 1기 수석입학했는데.. 오디션 전부 떨어지고 마트에서 휴지 팔았던 천만 여배우


장혜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1기 출신이다. 입학부터 수석이었고, 장동건·진경·이선균·오만석 등이 동기로 함께 공부했다.

누구보다 앞서 달릴 줄 알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오디션은 번번이 떨어졌고, 자신감은 점점 사라졌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 오디션에서도 탈락한 뒤, 장혜진은 결국 연기를 내려놓았다.

고향 부산으로 내려간 그는 생계를 위해 마트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연기를 완전히 접고 싶었던 그는 일부러 드라마나 영화를 피했다.

친구들이 TV에 나오는 것도 못 보겠고, 미련을 갖게 될까 두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 앞에서 뭔가를 소개하고 말하는 일이 전혀 낯설지 않았던 걸까. 마트에서 화장지를 팔며 전국 실적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백화점으로 옮겨 마케팅 업무를 시작했고, 연기학원을 겸하던 홍보 회사에도 몸을 담았다.

그곳의 원장은 배우 고창석이었다. 자연스럽게 연기와 다시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이제 연기해라”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연기와 멀어진 삶을 살고 있던 어느 날, 장혜진은 영화 밀양 오디션 소식을 들었다.

이창동 감독이 사투리를 쓸 수 있는 여배우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어차피 안 될 거라 생각하며 무심히 본 오디션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창동 감독은 장혜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동안 어디 있었냐”

“이제 연기해라. 짧은 슬픔, 긴 행복이야.”

그 말에 눈물이 났다. 그렇게 장혜진은 다시 배우가 됐고, 이후 작은 배역도 마다하지 않고 하나하나 쌓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봉준호 감독에게서 연락이 왔다. 계기는 영화 우리들이었다.

윤가은 감독의 이 작품에서 장혜진은 현실감 넘치는 엄마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이 영화를 본 봉준호 감독이 미팅을 제안한 것이다.

사실 봉 감독과는 과거 살인의 추억 준비 당시에도 연락이 닿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연기를 쉬던 시기였고, 결국 무산됐다. 그 인연이 기생충에서 다시 이어졌다.

감독은 “살 조금 찌울 수 있냐”는 말을 남겼고, 장혜진은 실제로 약 19kg을 찌웠다.

기생충은 세계 영화사의 역사를 새로 썼고, 그는 아카데미 레드카펫 위에 서는 배우가 됐다.

레드카펫에서 눈물이 쏟아져 속눈썹이 떨어졌던 순간, “오늘 너의 날이야, 빨리 나가”라며 등을 떠민 외국 배우들의 말… 장혜진은 아직도 그 밤을 꿈처럼 기억한다.

연기를 쉬던 시간이 아깝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말했다.

“돌고 돌아서도 결국 배우가 됐잖아요. 그걸로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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