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감성 짙은 발라드로 큰 사랑을 받았던 가수 한경일.
‘내 삶의 반’은 당시 수많은 이들의 플레이리스트에 올라 있었고, 특유의 절절한 창법으로 조용한 인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인지도가 높아질 즈음, 갑작스레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췄다.
별다른 해명 없이 사라진 이름에 팬들도, 관계자들도 혼란스러워했다.
한경일의 말에 따르면, 잠적은 스스로 결정한 일이 아니었다.
당시 소속사는 “트러블로 인해 잠적했다”는 설정 아래 더 큰 주목을 끌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일주일 정도 모습을 감추라는 요청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대중의 오해를 부르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무책임하다는 낙인이 따라붙었고, 방송과 행사 일정은 모두 끊겼다. 설명할 기회조차 없었다.
한경일은 방송을 통해, 전성기 당시에도 정산받은 수입이 하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생계가 막막해져 소속사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건 단호한 거절이었다.
결국 반지하 집을 팔아 빚을 갚고, 부모님과 함께 큰누나 집에 얹혀살게 됐다.
먹고살기 위해 노래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 옆에서 전기밥솥을 파는 장소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어머니는 6년 전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을 받았다. 치료가 시급했지만 상황은 이미 심각한 상태였다.
살아가는 내내 가장 많은 응원을 보내줬던 존재였기에, 병세가 악화됐다는 소식은 견디기 어려운 아픔이었다.
한경일은 모시던 아파트에서 요양원으로 보내야 했던 결정이 너무나 힘들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어머니가 “재한아”라고 불러줬을 때,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기억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한경일은 여전히 노래를 부른다. 라이브 카페에서, 작은 결혼식장에서, 그리고 보컬을 가르치는 일상 속에서.
때론 포기하고 싶었던 시간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시 마이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나는 그래도 가수다.”
그 마음을 안고, 다시 한 걸음씩 무대 앞으로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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