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더’의 시작은 우연한 한 장면에서 비롯됐다.
봉준호 감독은 과거 홍대 인근 사무실 창밖을 내다보다, 근처 단독주택 마당에서 담배를 피우는 김혜자의 모습을 보게 됐다.
대중이 기억하는 ‘국민 엄마’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 순간 봉 감독은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선하고 따뜻한 얼굴 뒤에 무언가 숨겨진 감정, 그 깊은 결을 표현해줄 단 한 사람. 김혜자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서서히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봉준호는 ‘마더’를 집필했고, 김혜자를 캐스팅하기 위해 4년 동안 설득을 이어갔다.
단순히 대본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차를 몰아 김혜자와 한강을 돌며 시나리오 이야기를 나눴다.
김혜자는 “봉 감독이 ‘그럴 수 있겠다’며 자꾸 세뇌하듯 설득해왔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그 집요함은 결국 결실을 맺었
‘마더’는 김혜자를 위한 영화가 되었고, 김혜자는 그 작품을 통해 스스로도 몰랐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했다.
“타성에 젖어 배우 생활을 마칠 뻔했는데, 그 사람이 나의 새로운 코드를 깨워줬다”는 고백은, 봉준호가 본 그 날의 장면이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오랜 시간 애연가였던 김혜자는 무려 34년 동안 담배를 피웠다.
작품 촬영 중간중간에도 담배를 피우곤 했고, 본인도 담배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 익숙한 담배 맛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런 타이밍에 걸려온 미국에 사는 딸의 전화.
김혜자는 담배 맛이 이상하다는 말을 툭 던졌고, 딸은 망설이다 결국 눈물 섞인 이야기를 털어놨다.
“엄마가 담배를 끊게 해달라고 100일 동안 새벽기도를 했어.”
김혜자는 그날부터 담배를 끊었다.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니라, 딸의 기도에 응답하기 위해서였다.
말보다 마음이 먼저였고, 그 마음은 김혜자의 오랜 습관까지도 멈추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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