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단독 공연하러가서 “당신은 혈액형이 뭐예요..?” 물어본 유명가수의 최후


2001년과 2002년, 김연자는 대한민국 가수 최초로 북한 무대에 서게 된다.

그해 평양에서 열린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두 차례 초청돼 단독 공연을 펼쳤고, 이는 트로트 가수로서뿐 아니라 문화외교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 발걸음이었다.

당시 김연자는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가 가장 좋아했던 가수로 꼽혔고, 실제로 두 부자가 김연자의 노래를 들으며 추억을 공유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놀라움을 더했다.

김연자는 당시를 떠올리며 “사실 평양 공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서웠다. 과연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고려항공을 타고 도착한 평양 공항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들이 꽃다발을 들고 그를 맞이했다.

이후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찬에까지 초대되는 영예를 누렸다.

김정일은 공연의 대가로 금일봉을 전달하며 자선공연으로 온 김연자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다만 김연자는 “봉투는 스태프가 가져갔기 때문에 정확한 액수는 모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정일의 초대로 김연자는 그가 머무는 자택까지 이동하게 된다.

특급열차를 타고 밤새 커튼이 내려진 채 이동한 그녀는 함흥의 한 대저택 앞에 도착했고, 그 앞에서 김정일을 직접 마주하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차를 마시며 음악 이야기를 나눴고, 김연자는 평소처럼 혈액형을 묻는 습관대로 김정일에게 질문을 던졌다.

“김 위원장님은 혈액형이 어떻게 되십니까?”

주변은 일순간 얼어붙었지만, 김정일은 웃으며 “A형이다”라고 답했다.

북한에서는 혈액형을 묻는 것이 금기였다는 사실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공연 이후 북한 측은 지방 주민들을 위해 순회공연을 제안했고, 김연자 역시 이에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3년째 되는 해,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만든 납치 사건이 발생하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당시 김연자가 앉은 만찬 자리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머물렀던 자리로 알려지며, 그녀가 받은 ‘특급대우’의 상징처럼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김연자의 이름이 다시 북한에서 회자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법기관에 김연자의 노래를 듣지도, 부르지도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김연자의 이름을 명시해 금지령이 내려진 건 이례적인 일로, 북한 주민들에게 깊이 스며든 그 노래들의 영향력을 반증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연자의 창법과 가사는 북한 주민들의 정서에 깊게 파고들었고, 많은 이들이 애창곡으로 즐겨 부르고 있었다.

이에 북한 당국은 ‘아침이슬’, ‘우리의 소원은 통일’ 같은 곡들과 함께 김연자의 노래들을 금지곡으로 재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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