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치매 母 돌보느라 결혼 포기한 72세 효자 가수의 눈물


1978년 ‘한동안 뜸했었지’로 큰 사랑을 받았던 록밴드 ‘사랑과 평화’의 메인보컬 이철호.

올해로 72세가 된 그는 아직도 미혼이다. 전성기 시절, 결혼할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시기를 놓쳤다”고 담담히 말했다.

“만약 결혼했으면 지금처럼 어머니를 모실 수 없었을 것”이라며,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자신이 결혼을 하면 어머니가 혼자가 될까 걱정돼 스스로 결혼 생각을 지워버렸다고.

이철호는 “물론 두 사람 모두 잘하면 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냥 나는 같이 있는 게 더 좋았던 거죠”라고 덧붙였다.

이철호의 어머니는 8년 전 치매 판정을 받았다. 전기밥솥 사용법도, 도어락 여는 방법도 갑자기 기억하지 못하던 어느 날,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렇게 시작된 치매 초기 증상은 주간 보호센터를 다니며 조금씩 진행됐고, 지금은 말간 얼굴로 옆 사람을 간지럽히며 웃는 ‘천사 치매’ 상태가 됐다.

“어머니가 치매 오기 전엔 결혼 얘기를 자주 하셨어요. 보호소에서 써오신 편지에도 ‘언제 결혼하니’란 문장이 있었거든요. 그걸 보고 참 많이 미안했죠.”

어느 날 결혼식에 다녀온 뒤 어머니께 “나도 장가갔으면 좋겠냐”고 묻자, 어머니는 “장가도 가고, 단가도 가고, 다 가”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농담 같지만, 그 안엔 여전히 아들을 향한 바람이 남아 있었다.

이철호는 어머니뿐 아니라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남동생의 자녀들도 직접 키워냈다.

조카는 “친구가 인터넷 글을 보여줬는데, 이철호 삼촌이 숨겨둔 자식이 있다는 글이었다. 그만큼 삼촌이 아버지처럼 대해줬다는 얘기겠죠”라고 했다.

조카 입장에서도 그는 삼촌이 아니라 ‘아버지’였다.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버지보다 더한 자리를 책임져 온 사람이었다.

이철호는 이제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 즐겁고 행복하게 해드리는 게 내 목표예요.”

결혼은 없었지만, 인생에는 분명 사랑과 평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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